글, 사진 심재범
최근 블루보틀 커피의 한국 상륙이 커피업계, 식음료 비즈니스 등 각 분야에서 커다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1월 한국 카페쇼를 방문한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대표의 “한국 진출을 고민 중”이라는 인터뷰에서 시작된 기사들이, 12월 4일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통해 1호점이 3월께 삼청동에 오픈할 예정이라는 정보까지 공개 되는 등 언론의 관심 역시 생각보다 거세다. 아직은 지켜 보아야 할 사안들이 많지만, 블루보틀은 커피, 파인 다이닝, 대형 식음료 업계 전반의 초미의 관심사다.
2002년 클라리넷 연주가 제임스 프리먼이 시작한 블루보틀 커피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IT기업이 자리하여 삶의 질이 높은 샌프란시스코의 접경지역 오클랜드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과 유니언스퀘어 옆 민트 플라자에 오픈한 매장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급속히 성장하였다.

샌프란시스코 블루보틀 매장

블루보틀 커피의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은 일본의 깃사텐(喫茶店) 커피*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차테 하토(茶亭羽當)의 커피를 마시는 순간, 밍크 코트의 사치스러움을 입으로 즐기는 느낌이었다.” 라는 표현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스페셜티 커피 발전 초기에 큰 영향을 갖지 못한 블루보틀 커피가 일본의 깃사텐 형식의 커피에서 차용한 부분은 엄숙한 형식주의가 아닌, 고객을 향해 섬세하게 노력하는 장인정신이 아닌가 싶다.

영리한 이미지메이킹, 적극적 품질 관리로 전국적인 스페셜티 커피 업체로 거듭나

블루보틀이 처음 문을 열었던 2000년대 초반 당시 미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업체인 인텔리젠시아, 스텀타운 커피 등은 각각 시카고와 포틀랜드에 본거지를 다지고 있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블루보틀 커피의 경쟁업체이던 리추얼 커피가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빅3 (인텔리젠시아, 스텀타운, 카운터컬처)와 유사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시기였다.

블루보틀 커피는 라테와 일본식 커피(핸드드립, 사이폰, 콜드브루)로 대중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커피의 이미지를 적극 홍보했고, 비교적 수월하게 리추얼커피와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스페셜티 커피업체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커피 전문가들이 선호하던 리추얼 커피는 아쉽게도 창업자들의 불화로 포배럴 커피가 분리되는 바람에 성장이 정체되고, 포배럴 커피에서는 다시 사이트글래스 커피가 분리된다. 후일 포배럴 커피는 창업자의 개인 언행으로 회사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사이트글래스는 아직 지역 거점 매장만 확보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경쟁자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잃은 반면, 블루보틀 커피는 창업자의 영리한 이미지메이킹과 깔끔한 매장 구성, 적극적인 커피 품질 관리로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전국적인 스페셜티 커피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후 블루보틀 커피는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하여 외부자금을 조달하여 2016년까지 세 번에 걸쳐 1억2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기금이 수혈되었다. 그 과정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아리아에 10개 미만에 불과했던 매장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뉴욕의 브루클린, 첼시마켓, 하이라인처럼 화제가 되는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는 등 전국적으로 30개의 매장을 갖춘 스페셜티 커피업체로 급성장하였다. 이후에도 LA의 핸섬커피를 인수하는데, 특이하게도 회사가 급격히 확대되는 시기에 품질이 오히려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블루보틀의 커피가 명성에 비해서 품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자본력이 좋아진 후에는 커피의 생두가 상당히 좋아지고, 전문 커피인들이 참여하면서 커피추출능력의 상승 순환구조를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 블루보틀 매장의 에스프레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2014년 민트플라자 매장 레버머신의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 2015년 첼시마켓 블루보틀의 사이폰 커피, 2016년 일본 기요스미 매장의 케냐 푸어오버(핸드드립)커피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특히 2014년의 커피는 이전의 아쉬웠던 품질을 한껏 끌어올린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 샷으로, 게샤 품종*을 가공하여 자몽과 장미, 얼그레이 같은 강렬한 향미가 인상적이었다. 매끈하고 윤기 있는 초콜릿의 질감과 더불어 품질 좋은 캐러멜 같은 스위트니스(sweetness)*가 긴 여운을 주는 깔끔한 클린컵*으로 기억한다.

“커피업계의 애플” 블루보틀, 한국에서의 성공 전망은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 전망에 관해서는 스타벅스의 사례가 비교에 도움이 될 것 같다. 1997년 IMF 직전, 신세계의 프로젝트 팀이 미국의 길거리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한국 상륙을 검토하게 된다. 당시 미국의 주요도시에서 급격히 매장을 확대하던 스타벅스는 이전까지의 소박하던 미국식 커피문화에 익스프레스*, 테이크아웃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커피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이끌고 있었다. 다만 한국의 토착적인 카페 문화 때문에 국내 성공 여부는 미지수였고, 결국 IMF와 더불어 프로젝트 팀은 아쉽게 해체가 되었다. 이후 2년여의 공백기를 거쳐 오픈한 이화여자대학교 앞 1호점을 통해서 스타벅스 커피는 한국에서 자그마한 테스트 매장으로 소박한 발걸음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의 부정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에서 시작된 한국의 커피문화는 급격히 변화하였고, 이후 스타벅스,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같은 아메리카노 커피로 상징되는 테이크아웃, 패스트 커피 업체들이 한국의 식음료 비즈니스의 지형도를 크게 변화시켰다. 카페베네는 스타벅스 프로젝트팀의 일원이었던 할리스 커피의 창업자 강훈 씨가 영입된 후 크게 사세가 확장되었고, 탐앤탐스는 스타벅스 1호점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창업하는 등, 스타벅스의 진출은 초라한 시작에 비하여 한국의 커피 비즈니스 업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일본에 문을 연 블루보틀 매장

블루보틀 커피가 스타벅스와 유사한 사례가 될지는 아직 유보적이다. 미국 본토에서 스타벅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시애틀베스트, 카리부 등은 의외로 한국에서 초라한 성과를 보이거나, 심지어는 퇴출된 경우도 있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첫 매장을 열었던 1999년 당시에는 정보가 제한적이었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정보의 수평이동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새로운 강자 블루보틀 커피가 일본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 진출에 성공할 경우, 커피 업계뿐만 아니라 식음료 초대기업의 생사, 업계 지형도의 변화의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이 개인 페이지를 통해서 블루보틀 커피가 “커피업계의 애플”과 같은 회사라고 언급하여 대중의 반향이 상당히 컸고, 일본에 진출한 블루보틀 커피가 해외 토픽에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된 것 또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논제들이 커피 자체보다는 디자인과 분위기, 업계소식이라는 점에서 블루보틀 커피의 성공여부에 대한 커피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블루보틀 커피가 한국에 상륙한다면 한국 현지에 로스팅 작업장을 마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질의 생두를 사용하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커피 원두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경우 성공한 전적이 없다는 점이 적극 고려가 될 듯하다. 다만 2017년 7월 블루보틀 커피가 초 거대 자본인 네슬레에 매각된 것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고민스럽다.

블루보틀에서 추천하는 커피는

블루보틀의 푸어오버(미국식 핸드드립) 커피
마지막으로 블루보틀 커피의 메뉴를 추천한다면, 푸어오버커피(핸드드립커피)와 지브롤터이다. 미국식 핸드드립인 푸어오버커피는 추출속도가 신속한 하리오 드리퍼를 사용하여 스페셜티 커피 특유의 산미와 향미가 좋은 커피추출에 적합하다. 지브롤터는 전용 글래스에 나오는 라테인데, 더블샷과 적절한 온도의 스팀밀크를 사용하여 진득하고 미끄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매장손님용이 아닌 바리스타들이 근무하면서 마시던 음료였는데, 점차 손님들이 찾게 되면서 매장음료로 나오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이외에 블루보틀 커피의 다양한 블렌딩 커피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 커피로만 만든 아프리칸 블렌딩의 섬세한 향미와 뉴올리언스 블렌딩의 깔끔한 질감을 좋아한다.
저자 주:

  • 깃사텐(喫茶店) 커피: 일본식 전통 커피집. ‘깃사텐’은 다방과 비슷한 의미로, 융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식 핸드드립커피 전문점을 의미한다.
  • 게샤 품종: 에티오피아 원종의 커피 품종. 파나마 게샤 품종의 조상으로 꼽힌다. 게샤는 역사상 가장 고가의 커피 품종으로 자몽, 장미향, 초콜릿, 캐러멜, 견과류의 고소함이 주된 테이스팅 노트다.
  • 스위트니스(sweetness): 커피 맛에서 느껴지는 달콤함. 전세계 표준인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커피 품질 연구소에서 커피 맛을 평가할 때 쓰는 척도 중 하나다.
  • 클린컵: 커피 외에 다른 맛이 나지 않는 깔끔한 피니시를 말한다.
  • 익스프레스: 에스프레소의 영어 표현. 주문과 동시에 나오는 커피를 말한다.
<필자 약력>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카페마실》과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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